초등학교 시절의 담임선생님은 두 번째 부모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부모만큼이나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됩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적어도 반기별 한 번 정도는 담임선생님을 만나봐야 합니다.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대부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선생님과의 만남 자리를 부담스러워합니다. 심지어 제가 아는 어느 엄마는 선생님과 전화만 해도 몸이 얼어붙는다고 하면서,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물어보기는 했습니다. 아이를 대신하여 선생님과 면담한다고 생각하면 긴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 부담은 기대로 바뀝니다. 엄마를 대신해서 내 아이를 잘 이끌어 줄 사람이 바로 담임선생님입니다. 엄마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까지도 채워줄 사람이 바로 담임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동등한 관계로 선생님을 대하세요
엄마들이 담임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생님에 대한 선입견 때문입니다. 특히 부모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그 선입견이 더 커집니다. 과거에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자신을 현재 학부모가 된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부모 면담 일이 다가오면 마치 시험을 앞둔 아이처럼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이에 대해 선생님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기 위해선 그러한 선입견을 버리고 당당해져야 합니다. 엄마가 선생님 눈에 주눅이 든 모습으로 비치면 그 영향이 아이에게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엄마를 보면서 '엄마가 자신이 없어 하는 모습이니 아이도 자신감이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관계가 '교학상장(敎學相長)'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학상장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부모와 선생님은 아이의 바른 성장이라는 목적을 두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에 대해 엄마가 잘 모르는 부분을 전해 듣고, 반대로 선생님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잘 전달하여 아이가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일관된 방식으로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선생님을 처음 만날 때에는 평소 아이에 대해 복잡한 문제를 미리 체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이런 문제가 있는데 학교에서는 그 문제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의논할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선생님을 만나면 통상적인 대화가 오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들었다면
선생님으로부터 내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들으면 부모 마음에 한순간에 먹구름이 끼게 됩니다. 내 아이에 대한 나쁜 말은 일단 부정하고 보는 게 엄마의 심리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특히 그런 부정적인 의견에 가장 주목해 봐야 합니다. 좋은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아이를 발전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작은 문제 하나를 고쳐 아이의 모든 면이 한꺼번에 좋아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단점 하나가 개선됨으로써,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셈입니다.
학교 선생님은 엄마가 미처 파악 못 한 아이의 단점을 객관적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생님이 내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할 때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모도 하고 질문도 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합니다. 내 아이의 단점을 고칠 좋은 기회이므로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그 의견이 100%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선생님이 아이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만일 선생님의 의견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든다면 아니라고 맞서기 전에 그런 의견이 나오게 된 이유를 한번 들어보고 차근차근 짚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아이의 어떤 면이 선생님이 그런 판단을 내리게 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만일 선생님과 이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검사 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즉, 아이에게 정말 문제가 있는지를 소아정신과 등을 찾아 알아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 양상들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므로, 지레짐작하기보다 명확한 근거를 토대로 아이를 판단하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선생님의 체벌이 심하다면
예전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심한 체벌을 가하는 선생님들이 간혹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선생으로서 자질이 떨어져 아이의 인격을 모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아이가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1년 동안 그런 선생님과 지내야 한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30~40명 되는 아이들을 통솔하려면 체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입니다. 체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한 대 맞은 아이는 내일은 두 대를 맞아야 말을 듣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소에 체벌을 많이 받은 아이는 자존감이 점점 떨어집니다. 체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밤잠을 설치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아이 맡긴 죄인'이라고 생각하여 모든 것을 선생님에게 맡긴다면 그 피해는 결국 아이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아이가 받는 체벌이 과하다 싶으면 담임선생님을 직접 만나봐야 합니다. 체벌 행위 자체를 탓하면 감정으로 밖에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항의하는 식이 아니라 의논 형식의 대화가 되어야 합니다. 체벌 때문에 아이가 이러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아이를 훈육하는 당사자는 선생님이므로 체벌을 대신할 방법을 찾는 주체 역시 선생님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체벌 문제로 선생님을 만났다가 아이에게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추가로 생길까 봐 걱정스럽다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더는 학교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한 사람의 힘은 적지만 그 힘이 여럿이 모이면 때론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엄마들이 학교 일에도 관심을 갖고, 선생님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아이가 나쁜 친구와 사귀는 것 같아요 (0) | 2024.03.03 |
---|---|
아이가 한밤중 자다가 갑자기 울거나, 일어나서 돌아다녀요 (0) | 2024.03.02 |
소심한 여자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0) | 2024.02.29 |
아이들 정신 건강은 바로 부모 손에 달렸다 (0) | 2024.02.29 |
좋아하는 책만 반복해서 계속 읽고, 다른 책은 쳐다도 안 봐요 (0) | 2024.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