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4학년이 이상이 되면 아이들은 동성 친구를 깊이 사귀기 위해 시작합니다.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친구는 크게 의미 있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동무'라는 말의 정의가 딱 들어맞을 정도로 흥미가 같으면 만나서 놀고, 한 아이와 헤어지면 별 아쉬움 없이 다른 아이를 만나서 놀곤 했습니다. 그런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에게 친구의 의미는 특별해집니다. 부모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됩니다.
가장 안 좋은 말, "걔랑 놀지 말라"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원합니다. 여기서 '좋은 친구'란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성격도 좋은, 한마디로 어른들 눈에 '반듯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공부도 못하고, 어른들한테 되바라지게 굴고, 평소 행실이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면 혹시 친구 때문에 나쁜 길로 빠지는 건 아닌가 싶어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다짜고짜 이렇게 불호령을 내립니다.
"걔랑 놀지 마라!"
부모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나쁜 친구와 사귀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실 그 '나쁜' 친구라는 것은 부모의 기준이고,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친구일 뿐입니다. 부모 눈에 나쁜 행동이라도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즐거운 행동일 수 있습니다. 먼저 부모와 아이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무조건 놀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의 친구 관계를 통제하는 것은 사회성 발달을 막는 지름길
초등학생의 사회성은 친구 관계에서 그 성과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성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과 잘 어울려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사람과 잘 지내려면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하고는 놀고, 저 친구하고는 놀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은 '나하고 맞지 않는 사람들하고는 상대를 안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친구를 깊이 사귀어 보기도 전에 "저 애는 이래서 싫어", "이 애는 이런 점이 나랑 달라" 하며 선입관을 가지고 마음의 장벽을 치게 됩니다. 또한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하는 아이들을 합리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와 어울리는 것이 걱정될 때는 그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아이와 함께 놀게 해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그 아이를 직접 관찰하는 것입니다. 부모 역시 아이들에 대한 선입관이 있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그 아이를 만나면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그 아이에게 좋지 않은 점이 발견되면 그 아이나 그 아이 부모에게 잘 이야기함으로써 바뀌어 질 수도 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부모가 하지 말란다고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안 하지 않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부모 말을 잘 듣지만 되면 숨어서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여지고야 맙니다. 그래서 부모가 그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해도 몰래 만나서 놉니다. 반항심에 그 친구에게 더 집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발생합니다.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라도 아이의 친구 관계를 억지로 통제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아이가 선택한 친구의 존재를 인정해 주세요
위에서 말했듯이 아이들은 함께 있을 때 재미있는 친구들과 어울립니다. 아이의 마음 안에 있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친구를 찾는 것입니다. 태도가 안 좋고, 욕도 잘하고, 별난 행동을 하는 친구와 어울린다는 것은 아이 안에 그런 기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불량하게 행동하고 싶고, 욕하고 싶고, 별나게 행동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입니다. 그 욕구가 없다면 그런 아이들 근처에 가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부모 눈에 좋지 않아 보이는 아이들과 놀 때는 내 아이 마음속에 그런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의 그런 기질이 나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신경 써봐야 합니다. 평소에 아이가 가진 불만과 욕구를 잘 파악하고 그것이 마음 안에 쌓이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선택한 그 친구의 존재를 인정해 줘야 합니다. 자기 친구에 대해 좋지 않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다른 이가 내 남편의 단점을 지적한다고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설령 맞는 말이라고 해도 기분이 나빠집니다. 평소 '사랑'이라는 단어는 상자 속에 넣어 놓고 사는 부부라도 말입니다.
친구의 존재를 인정한 후에는 그 친구의 칭찬거리를 하나라도 찾아 이야기해 주세요. "걔는 커서 뭐가 되려고 매일 게임만 하냐? 걔네 부모는 왜 그걸 그냥 보고만 있는지 몰라!"라는 말이 목 아래까지 올라오더라도 일단은 반드시 참아야 합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네 친구 말이야. 어른들한테 인사를 잘하는 것 같아. 그 아이가 큰소리로 인사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
비록 그 친구가 게임에 푹 빠진 친구라고 해도 장점이 한 가지는 있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자기 친구에 대한 칭찬을 들은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친구를 좋아해 주는 부모에게 깊은 신뢰감을 느끼게 됩니다. 때로는 그 친구의 단점이나 불만에 대해 털어놓기도 합니다.
"근데 걔는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면 그때가 기회입니다. 아이와 친구의 단점에 대해 공유하고 어떻게 고쳐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 친구가 게임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네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어때?"
그러면 아이는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친구와 합심하여 '게임 시간을 줄이자!'라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친구에게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부모가 친구를 잘 사귀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좋은 친구만 가려서 사귀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떤 친구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로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어른의 잣대로 아이의 친구 관계를 칼로 무를 베듯 통제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친구 관계에서 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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