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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시한부 판정을 받아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by 톨톨파파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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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상만으로도 슬프고 안타까운 주변인들이 돌아가시는 우리들의 태도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살아있을 때 후회 없이 사랑하고 잘해드리기를 바랍니다.

죽음에 대한 주변인들

만약 우리의 부모님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죽음을 앞둔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과 본인의 결과에 아무 영향도 끼칠 수 없는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실직 같은 문제도 수용하기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죽음이란 그 어떤 고통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변해가며, 이를 지켜보는 사람은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을지 한번 보겠습니다.

의료계에서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한 정신과 의사 로스(E. K. Ross)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말기 환자와 이야기해 보면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심리 과정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는 크게 5가지 심리적 단계를 거쳐 가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심리적 5단계

첫 번째는 ‘부정’의 단계입니다. 질병과 본인의 죽음 자체를 믿지 않는 부정의 단계입니다. 처음 시한부 얘기를 듣게 되면, 너무나 엄청난 결과 앞에 강하게 저항하게 되고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병원과 검사의 신뢰성을 부정하면서 오진이란 얘길 듣게 되길 간절하게 희망하며 다른 병원을 찾아가거나, 마치 진단을 못 들어본 사람처럼 의사 말을 믿지 않고 무시하고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고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럴 때 가족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의 고집을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믿고 싶지 않은 시한부 환자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해 주되, 치료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전문가를 따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유도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분노’의 단계입니다. 끝내 본인의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시련과 고통이?’ 하는 마음에 분노가 차오르게 됩니다. 이때 분노의 대상은 가족과 자신을 담당하는 의사를 포함하여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습니다. 이때 당사자의 분노에 가족들이 지쳐 힘들어진 나머지, 똑같이 이를 분노로 대응해선 절대 안 됩니다. 우리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분노하는 마음과 당사자가 느끼는 억울함을 같이 이해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환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순간에 환자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관용 그리고 이해심입니다.

세 번째는 ‘협상’의 단계입니다.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타협과 흥정을 시도하는 단계입니다. 제발 언제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혹은 살려만 준다면 평생을 신에게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빌기도 합니다. 담당 의사에게도 수술이든 뭐든 하겠다, 치료비도 얼마든지 내겠으니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우울’의 단계입니다. 이제 죽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환자는 우울증 환자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 보입니다. 이제 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상실감과 무력감을 나타내면서, 이제 더 이상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는 것입니다. 가족들도 보지 않으려 하고, 아무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현재 진행 상태와 치료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 가족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가족들은 이때 죽음조차 앗아갈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환자가 살면서 경험하고 이뤄왔던 소중한 가치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가족을 위해 해왔던 일들과 추억들은 죽음 후에도 항상 남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임을 이야기하며 강조해 줘야 합니다. 임종 후에도 영원히 환자를 그리워하고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는 ‘수용’의 단계입니다. 본인이 이제 이 세상을 곧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은 짧은 순간들을 의미 있게 정리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환자는 마치 다른 세상으로 긴 여정을 떠나는 것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환자가 겪는 이 5가지 단계는 환자의 주변인들과 가족들도 경험하게 됩니다. 각 과정을 예상하고 이해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면, 환자가 그 단계에 직면했을 때 조금 더 편안하게 그 단계에 대처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자들의 태도

사람들은 반드시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하는 모순된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인생 찰나의 순간입니다. 죽음은 두렵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 생각만큼 금기되는 주제는 아닙니다. 실제 본인의 죽음을 담담하게 준비하는 노인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본인이 묻힐 곳도 미리 둘러보고, 영정사진도 미리 찍어 놓으며, 유언도 미리 생각하여 유언장도 미리 작성해 놓습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선고를 받게 되면 일시적으로 충격에 빠지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을 담담하게 수용합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앞둔 노인들을 대하는 가장 중요하고 현명한 우리의 태도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대해 되돌아보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순간들을 즐겁게 웃으면서 지내보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이러한 자아 성찰은 아직 죽음이 동떨어지게만 느껴지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자세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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