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육에서 독서의 중요성은 아마 누구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부모들은 아이에게 여러 가지의 책을 읽게 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도서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책을 집안 곳곳에 놔두는가 하면, 연령별 도서 목록을 마련하여 1년 치 독서 스케줄을 미리 계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자를 읽는다고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독서가 되는 것은 또 아닙니다.
관심 분야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시기일 수 있어
아이들의 책 읽기에서 부모 대부분이 염두에 두는 것이 여러 가지의 책을 고루고루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래동화, 세계 명작, 위인전, 과학동과, 수학동화 등 아이들에게 좋은 책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유독 한 가지의 분야의 책만 고집하고 다른 분야의 책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면 부모의 독서 교육 스케줄에 비상이 걸리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책을 가져다줘도 아이는 꼼작도 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몇 번씩 반복해서 읽고 외울지언정, 관심이 없는 책은 쳐다도 보지 않는 것이 초등학생 아이들, 특히 저학년 아이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잘 한번 살펴봐야 할 것이 '아이가 좋아하는 책에 얼마나 집착하는가?'입니다. 혼자 책을 읽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읽어도 엄마와 함께 볼 때는 다른 분야의 책도 읽으려고 한다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부모가 다른 분야의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아이가 반응을 보인다면 이 역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는 지금 자신이 관심을 가는 분야를 열심히 탐색 중이고, 이 탐색이 끝나면 다른 분야로 관심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아이가 호기심을 갖게 된 분야를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아주 오랜 기간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보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라고 하면 심한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또한 부모가 다른 책을 읽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도 요지부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책 읽기에서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납니다. 즉,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만 몰두하고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정말 건강하고 유능한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자극에 관심이 있고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것에 관심을 보입니다. 따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심할 때는 책 읽기만 아니라 더 넓고 다양한 시각에서 아이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왜 본인이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지 그 원인을 파악해서 집착의 정도를 줄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서불안으로 새로운 자극을 무조건 거부하는 아이들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드는 원인은 보통 정서불안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짜증이 많고 새로운 상황을 힘들어하고 외부의 낯선 자극을 피하려고만 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좋아하는 공부만 하려 들고, 책을 읽어도 좋아하는 책 몇 권만 집중적으로 봅니다. 낯선 활동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자극이나 싫어하는 자극을 받았을 때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반 아이들도 싫어하는 자극에 대해서 부정적 정서를 갖게 되지만 정도도 약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보통 이겨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싫어하는 자극에 예민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부정적인 정서를 심하게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자극 외에는 아예 외면하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고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들이 이에 속합니다.
예민하고 짜증과 불안이 많은 아이는 심할 경우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봐야 합니다. 아울러 아이가 새로운 자극을 안 받아들인다고 해서 마냥 나아지기를 기다려서는 절대 안 됩니다. 무엇이든 조금씩 색다른 경험을 시켜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럴 때 부모가 강압적으로 다그치는 것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새로운 자극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에게 최대한 친숙한 형태로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아이도 예민하고 짜증이 많은 아이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오직 점토 놀이만 좋아하고 점토 놀이가 아닌 다른 장난감은 싫어했습니다. 책 역시 점토로 만드는 것이 아니면 싫어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점토 놀이만 가지고 놀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토 모양으로 생긴 책을 점토 장난감 속에 살짝 넣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동안 다른 책을 전혀 보지 않았던 아이가 점토 모양 책을 들고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이의 관심사를 인정해 주면서 다른 자극을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변형시켜서 주면 서서히 다른 것에도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만약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치워버린 채 새로운 자극을 주게 주면 오히려 반발심에 무조건 거부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원래 불안정했던 정서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더 아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사회성 부족도 원인
사회성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도 본인이 좋아하는 책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성이라는 것은 넓게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변의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도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아이가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다양한 사람, 다양한 친구, 다양한 상황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것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당연히 자기에게 필요하고 관심 있는 정보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럴 때는 왜 아이의 사회성이 떨어졌고 다른 자극에 관해 관심이 없어지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만약 무얼 하든지 혼자 놀기만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할 때조차 남과 어울리기를 거부한다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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